2025/03/23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와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 중국은 소비를 경제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삼기 위해 전방위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025년 3월 16일, 중국 공산당 중앙판공청과 국무원 판공청은 ‘30개 항 소비 진작 계획’을 발표하며 소비력 향상, 소비환경 개선, 소비 장벽 제거를 골자로 한 소비 활성화 전략을 내놓았다.
이는 단기적인 경기부양책에 그치지 않고, 중장기적으로 소비 중심 경제구조로의 전환을 추구하며 국민 삶의 질 제고를 지향하는 정책이다. 2024년 기준 소비는 중국 GDP 성장에 2.2%p를 기여하며 투자와 수출을 앞질렀고, 이러한 흐름은 2025년에도 계속되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정책 시그널
2025년 정부업무보고에 따르면, 소비는 경제 안정성장의 핵심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디지털경제통합포럼의 후치무(Hu Qimu, 후치무 후임으로 표기)는 “이번 소비 정책은 공급 측과 수요 측을 모두 고려한 종합 전략으로, 중국 경제가 기존의 부동산·투자 중심 성장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구조로 전환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정부는 특히 ‘소득 증대’를 핵심 과제로 삼았다. 도시 및 농촌 주민들의 임금소득을 늘리고, 고용안정과 증시 및 자산시장 안정을 통해 자산소득 증가를 유도한다. 동시에 국채를 통한 소비재 교체 프로그램도 확대된다. 2025년에는 특별장기국채 3,000억 위안(약 41.45억 달러)이 투입되어 전기차, 가전제품, 스마트 가구 등 친환경·지능형 소비재 구매를 유도할 예정이다.
성과는 단기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2025년 1~2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4% 증가해 2024년 12월의 3.7%보다 개선되었고, 2024년 한 해 동안 ‘소비재 교체 프로그램’은 1.3조 위안(약 180조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러나 장기적인 효과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ANZ의 중국 수석전략가 싱자오펑(Xing Zhaopeng)은 “소비재 교체는 향후 5~6년간 내구재 수요를 줄일 수 있어 소비의 미래 수요를 선반영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를 통한 삶의 질 개선도 주요 과제다. 정부는 문화, 스포츠, 관광 분야 소비를 장려하며, 빙설 산업 활성화 등 내수 확대와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힘쓰고 있다. 2024~2025 겨울 시즌에만 헤이룽장성은 1억 3,500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며 소비 증가율 30.7%를 기록했다.
식량안보 위한 해양농장 확대
이와 함께 중국은 ‘푸른 식량창고’로 불리는 해양 양식장을 확대하며 식량안보 확보에도 나섰다. 광둥성 선웨이시는 2024년에만 약 20억 위안(약 2,790억 원)을 투자해 8개의 해양 농장과 냉장 유통망을 구축했다. 현재 중국 전역에는 180개 이상의 국가급 해양 농장이 있으며, 산둥성이 71개로 가장 많다. 해양 농장은 식량 생산뿐 아니라 관광과 체험경제를 결합한 신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정책 이행을 위한 부처 간 협업
2025년 3월 17일,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 재정부, 인민은행(PBC), 상무부 등 6개 부처는 소비 촉진을 위한 공동 정책 시행을 약속했다. 이는 이전 정부업무보고에서 강조된 ‘수요 측 촉진 강화’ 방향을 반영한 것으로, 최저임금 인상, 증시 안정, 소비자 권익 보호 등 다양한 수단이 통합적으로 적용된다.
NDRC 부주임 리쉰린(리쉰린)은 “이번 정책은 최초로 소비 진작을 위해 증시 및 부동산 시장 안정이 강조되었다”며 소비 심리 회복과 기대 심리 조성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사점: 베트남에 주는 교훈
베트남은 중국의 사례에서 다음과 같은 정책적 교훈을 얻을 수 있다.
- 소득 증대와 소비 환경 개선의 병행
국민소득을 높이는 동시에 소비자 보호, 제품 품질 향상 등 소비환경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는 중산층의 소비 여력을 끌어올리는 핵심 요소다. - 소비재 교체 프로그램 도입 검토
노후 차량 및 가전 교체를 유도하는 보조금 제도는 내수 진작에 효과적이다. 다만, 장기 수요 침체를 방지하기 위해 보조금 적용 대상과 기간을 신중히 설계해야 한다. - 해양농장 모델 도입
해양자원이 풍부한 베트남은 중국식 해양농장 모델을 벤치마킹할 수 있다. 이는 식량안보뿐 아니라 어촌 관광, 체험경제 등 새로운 수익 모델로 연결될 수 있다. - 정책 조율과 거버넌스 강화
다부처 협업과 명확한 역할 분담, 장기 비전 수립이 중요하다. 베트남도 경제기획, 농업, 금융, 상업 부처 간 정책 통합을 통해 소비 촉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중국의 2025년 소비 진작 정책은 단순한 경기부양을 넘어 경제 구조 전환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전략적 접근이다.
베트남은 이러한 경험에서 배우되, 자국의 경제 구조와 소득 수준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특히, 소득 증대, 소비자 신뢰 회복, 지역 기반의 지속 가능한 산업 육성이 병행되어야 지속적인 내수 성장이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