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05
베트남 국영기업 개혁이 다시 중요한 전환점에 들어서고 있다. 2001년 베트남에는 국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국영기업이 5,655곳 있었다. 그러나 2021년에는 이 숫자가 459곳으로 줄었다. 20년 사이 국영기업 수가 약 90% 감소한 것이다. 이는 베트남이 도이머이 이후 시장경제 요소를 확대하면서 국영기업의 역할과 구조를 꾸준히 조정해왔음을 보여준다.
베트남 경제 개혁은 198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됐다. 그 과정에서 국영기업은 대부분의 경제 분야를 주도하던 위치에서 점차 재편, 주식회사 전환, 지분 매각의 대상이 됐다. 목적은 단순히 기업 수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국가자본의 효율성을 높이고 기업 운영을 시장 원리에 더 가깝게 바꾸는 데 있었다.

BIDV증권(BSC)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 국영기업 개혁은 크게 세 단계로 진행됐다. 첫 번째는 주식회사 전환을 실험하며 적합한 경영 모델을 찾는 시기였다. 두 번째는 더 넓은 범위에서 국영기업 주식회사화를 추진한 시기였다. 세 번째는 주식회사화와 기업 재구조화를 결합해 국가자본의 사용 효율성을 높이려는 단계였다.
가장 활발했던 시기는 2016~2020년이었다. 이 기간에는 180개 기업만 주식회사화됐지만, 기업당 평균 가치가 약 2.7조 동 (약 1,500억 원)에 달했다. 이는 이전보다 훨씬 규모가 큰 국영기업을 대상으로 구조조정과 지분 매각이 진행됐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베트남 정부는 약 27.3조 동 (약 1.5조 원)의 국가 지분을 매각했고, 이를 통해 약 177.4조 동 (약 10조 원)을 회수했다. 장부가보다 훨씬 높은 금액을 확보한 셈이다. 이 시기의 대표 사례는 사베코(Sabeco) 지분 매각이었다. 사베코 매각은 약 110조 동 (약 6.2조 원)의 수입을 가져오며, 2016~2020년 국영기업 지분 매각 수입의 핵심 사례로 기록됐다.
그러나 이후 국영기업 주식회사화 속도는 크게 둔화됐다. 2021~2024년에는 전국에서 단 5개 기업만 주식회사화됐고, 기업당 평균 가치는 약 1,300억 동 (약 70억 원)에 그쳤다. 국가 지분 매각도 급감했다. 이 기간 정부가 매각한 지분 가치는 약 2.8조 동 (약 1,600억 원)이었고, 회수한 금액은 약 9.2조 동 (약 5,300억 원)에 머물렀다.
BSC는 이 같은 정체의 원인을 법적 문제와 복잡한 절차, 그리고 실무자들의 부담 심리에서 찾는다. 국영기업 주식회사화 과정에서는 기업가치를 평가해야 하는데, 이 작업이 매우 어렵다. 브랜드 가치, 토지사용권, 미래 성장 가능성, 역사·문화적 의미가 있는 자산 등은 금액으로 정확히 환산하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기업 가치 평가 과정이 길어지고 논란도 자주 발생한다.
절차도 복잡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 건의 국영기업 주식회사화가 시작되어 실제 지분 매각 완료까지 이어지는 데 22개월 이상 걸릴 수 있다. 여러 기관의 심사, 승인, 검토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긴 절차는 시장 환경 변화와 투자자 관심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고, 결국 민영화 일정이 지연되는 원인이 된다.
심리적 요인도 크다. 많은 공무원과 담당자들은 기업가치나 매각가를 낮게 산정했다가 나중에 감사나 조사에서 책임을 지게 될 것을 우려한다. 반대로 너무 높은 가격을 설정하면 거래가 성사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기업 재구조화 과정에서 기존 임원과 관리자의 직위, 권한, 이해관계가 바뀌기 때문에 내부 저항도 생길 수 있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많은 국영기업 주식회사화와 지분 매각이 계획에는 포함되었지만, 실제 실행은 지연되거나 중단되는 경우가 많았다. 베트남 정부가 국영기업 개혁을 강조하면서도 실행 속도가 느렸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26년 1월 6일 베트남 정치국이 발표한 결의안 79호는 새로운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BSC는 결의안 79호와 2025~2026년에 발표된 새로운 법령들이 국영기업과 국가자본 관리 방식에 중요한 변화를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국가자본 관리에 대한 사고방식이다. 과거에는 국가자본을 보전하고 행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초점이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방향은 국가자본의 가치를 높이고, 투자와 경제성장 동력을 만드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즉, 국영기업을 단순히 관리해야 할 자산이 아니라, 전략산업을 이끌고 국가 경제의 효율성을 높이는 도구로 보겠다는 의미다.
결의안 79호는 국가경제의 개념도 넓히고 있다. 과거에는 국영기업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토지, 인프라, 자원, 디지털 데이터 같은 국가적 자원까지 포함하는 방식으로 확장된다. 이는 베트남이 국가자본과 공공자원을 더 전략적으로 활용하려는 흐름으로 볼 수 있다.
새로운 방향에서 국영기업은 모든 산업을 직접 담당하는 존재가 아니라, 전략산업과 국가안보·경제안보에 중요한 분야를 이끄는 역할을 맡게 된다. 국방, 안보, 에너지, 필수 인프라, 특수 금융, 석유·가스, 첨단기술처럼 대규모 자본과 장기 투자가 필요한 분야에서 국영기업이 선도 기업, 즉 “선두 기러기” 역할을 하도록 기대하고 있다.
반대로 국가가 절대 지분을 보유할 필요가 없는 분야에서는 주식회사화와 지분 매각을 더 빠르게 추진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는 베트남 국영기업 개혁의 방향이 “무조건 축소”가 아니라 “전략 분야는 강화하고, 비핵심 분야는 시장에 개방”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하나 중요한 변화는 “감히 생각하고, 감히 행동하고, 책임지는” 공무원과 관리자 보호 장치다. 국영기업 개혁이 늦어진 배경 중 하나가 실무자의 책임 부담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중요한 제도적 보완이다. 물론 실제 효과는 구체적 시행 기준과 감사·감독 체계가 어떻게 정리되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법적 제도도 함께 바뀌고 있다. 국가자본 관리·투자법, 시행령 365, 시행령 366, 시행령 57 등은 여러 장기 병목을 해소하기 위한 규정을 담고 있다. 특히 가장 큰 변화는 토지 관련 규정이다. 과거에는 기업이 주식회사화되기 전에 토지사용계획을 완전히 확정해야 했다. 그러나 새로운 규정에서는 기업이 토지 사용 현황표를 작성하는 것으로 절차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매우 중요한 변화다. 토지 문제는 베트남 국영기업 민영화에서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였다. 많은 국영기업은 도심의 좋은 위치나 대규모 토지를 보유하고 있었고, 이 토지의 가치 산정과 사용계획 변경 문제는 민영화 과정을 수년씩 지연시키는 원인이 됐다. 토지사용계획을 먼저 완성해야 한다는 조건이 완화되면, 주식회사화 절차는 이전보다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기업의 자율성도 확대된다. 새로운 규정에 따르면 이사회 성격의 회원위원회나 회사 회장은 일부 경우에 지분 매각, 시작가격 산정, 비효율 투자 처리 등을 시장 신호에 따라 더 적극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이는 행정 승인 중심의 구조에서 기업 책임경영과 시장 기반 의사결정으로 이동하려는 변화로 볼 수 있다.
또한 무형자산 평가 방식도 개선되고 있다. 브랜드, 미래 성장성, 사업가치 등 과거에는 주관적 판단에 크게 의존했던 요소들을 더 명확하게 수치화하는 장치가 도입되고 있다. 이는 기업가치 평가 논란을 줄이고, 투자자와 국가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BSC는 이러한 변화가 베트남의 국영기업 관리 방식이 행정 중심에서 시장 효율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만약 제도가 실제로 작동한다면 2026~2030년은 베트남 국영기업 주식회사화와 재구조화의 새로운 사이클이 될 가능성이 있다.
베트남 국영기업 개혁은 단순한 민영화 뉴스가 아니다. 베트남 경제의 자본시장 확대, 대형 상장기업 증가, 국가자산 효율화, 외국인 투자 기회와 직접 연결된다. 국영기업이 주식회사화되거나 국가 지분이 매각되면 베트남 증시에는 새로운 우량 기업이 등장할 수 있고, 이는 외국인 투자자의 관심을 높일 수 있다.
특히 토지 규제 완화는 부동산, 인프라, 물류, 산업단지 분야와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토지를 보유한 국영기업이 민영화되면 그 자산가치가 시장에서 재평가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토지 가치 산정이 불투명하게 이루어질 경우 국가자산 손실 논란도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속도와 투명성의 균형이 매우 중요하다.
베트남 정부가 국영기업 개혁을 다시 가속화하려는 배경에는 성장 동력 확보 필요성이 있다. 공공투자와 민간투자, FDI만으로는 모든 자본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다. 국영기업이 보유한 자본, 토지, 인프라, 데이터, 산업 기반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 경제 성장에 새로운 자원을 공급할 수 있다.
다만 성공 여부는 제도 변화가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일관되게 집행되는지에 달려 있다. 토지 규정 완화, 무형자산 평가 개선, 실무자 보호 장치가 마련되어도, 각 부처와 지방정부가 여전히 소극적으로 움직이면 개혁 속도는 다시 느려질 수 있다. 또한 민영화 과정에서 특정 투자자에게 유리한 구조가 만들어지거나 정보공개가 부족하면 시장 신뢰를 잃을 수 있다.
결국 베트남 국영기업 개혁의 핵심은 “국가가 무엇을 계속 보유해야 하고, 무엇을 시장에 넘겨야 하는가”를 명확히 구분하는 데 있다. 전략산업에서는 국영기업이 선도 역할을 해야 하지만, 비핵심 분야에서는 민간자본과 시장 경쟁을 활용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결의안 79호와 새로운 법령들은 그 방향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려는 시도다.
2026~2030년 베트남에서 새로운 국영기업 주식회사화 사이클이 현실화된다면, 이는 베트남 자본시장과 산업 구조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토지라는 가장 큰 병목이 완화되고, 국가자본 관리가 보전 중심에서 가치 창출 중심으로 이동한다면, 베트남은 국영기업 개혁을 통해 또 하나의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베트남 국영기업 민영화, 어떤 기업들이 어떻게 진행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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