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02
베트남이 동남아시아의 새로운 전자상거래 수출 허브로 떠오르고 있다. 아마존 글로벌셀링 동남아시아의 래리 후 (Larry Hu) 대표는 6월 2일 호치민시에서 열린 아마존 글로벌셀링 행사에서, 베트남 기업들이 아마존을 통해 판매한 상품 수가 최근 5년 동안 300%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베트남 제조기업과 중소기업들이 전통적인 오프라인 수출을 넘어,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활용한 직접 수출 모델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마존에 따르면 2025년 7월 31일까지 12개월 동안 베트남 기업의 아마존 판매 상품 수는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다. 아마존은 베트남 판매자 수를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지만, “수천 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연매출 100만 달러 이상을 기록한 베트남 판매자 수는 60% 증가했다. 래리 후 대표는 이를 “놀라운 가속”이라고 표현하며, 베트남이 경쟁력 있는 전자상거래 수출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베트남 산업무역부 수출입국에 따르면 베트남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약 310억 달러이며, 이 가운데 국경 간 전자상거래 규모는 약 44.5억 달러다. 베트남 온라인 수출 매출의 22% 이상은 미국 시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베트남 기업의 전자상거래 수출에서 가장 중요한 시장 중 하나라는 점을 보여준다.
베트남의 온라인 수출이 빠르게 성장하는 배경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 베트남은 이미 강력한 제조 기반을 갖고 있다. 가구, 섬유·패션, 생활용품, 수공예품, 전자 관련 제품 등 다양한 품목을 생산할 수 있는 공급망이 형성되어 있다. 둘째, 베트남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전략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플러스 원 전략과 글로벌 제조기지 다변화 흐름 속에서 베트남은 생산과 수출의 연결 지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셋째, 베트남 기업들이 단순 하청 생산에서 자체 브랜드 구축으로 이동하려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아마존은 베트남 온라인 수출 성장의 또 다른 이유로 정부의 지원과 기업들의 인식 변화를 꼽았다. 과거에는 중소기업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려면 전시회, 바이어 발굴, 유통망 계약 등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활용하면 상대적으로 작은 기업도 글로벌 소비자에게 직접 접근할 수 있다. 이는 베트남 중소기업에게 매우 중요한 기회다.
Access Partnership이 가구와 패션 분야의 초소형·소형·중견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93%는 온라인 수출이 향후 성장의 핵심 요소라고 답했다. 또한 96%는 전자상거래 수출이 국제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이는 베트남 기업들이 전자상거래를 단순 판매 채널이 아니라 글로벌 성장 전략의 핵심 도구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아마존은 특히 베트남의 유망 품목으로 목재 가구와 개인 맞춤형 선물 제품을 꼽았다. Access Partnership은 2024~2029년 기간 베트남의 온라인 가구 수출이 연평균 20%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체 가구 수출 성장률 전망치인 9%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베트남은 이미 목재 가구와 인테리어 제품 수출에서 강점을 가진 나라다. 여기에 온라인 판매 역량이 결합되면, 중소 가구기업도 미국, 유럽, 일본 등 고소득 시장의 소비자를 직접 공략할 수 있다.
개인 맞춤형 선물 시장도 잠재력이 크다. 래리 후 대표는 현대 소비자들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은 제품”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아버지의 날을 위한 맞춤 티셔츠, 밸런타인데이 개인화 선물 상자, 결혼 선물용 독창적 예술작품 등이 대표적이다. 베트남 기업은 디자인, 맞춤 제작, 유연한 생산 능력을 활용해 이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
지난 1년 동안 아마존에서 베트남 상품이 많이 팔린 주요 시장은 아랍에미리트, 독일, 미국, 멕시코, 일본, 영국, 프랑스, 호주, 이탈리아 등이었다. 이는 베트남 전자상거래 수출이 특정 국가에만 의존하지 않고, 북미, 유럽, 중동, 아시아태평양 등으로 점차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나캐피탈의 거시경제 및 시장조사 책임자인 마이클 코칼라리 (Michael Kokalari)는 향후 1~2년 동안 미국이 베트남 온라인 수출에 가장 유망한 시장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 시장 상황이 앞으로 몇 년간 좋을 것으로 전망하며, 베트남 기업이 수출을 원한다면 미국 시장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이클 코칼라리는 미국 시장에서 두 고객층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첫째는 미국 상위 10% 부유층이다. 이들의 구매력은 여전히 증가하고 있으며, 프리미엄 제품과 차별화된 브랜드에 대한 수요가 크다. 둘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다. 이들은 현재 고령층이 되었고, 집에서 생활을 편하게 해주는 가구, 생활 보조 제품, 건강·편의 제품에 대한 수요가 크다. 이는 가구와 생활용품에 강점을 가진 베트남 기업에게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
래리 후 대표는 베트남 기업들이 처음부터 국제 시장을 염두에 두고 사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제품을 해외에 올려놓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속 가능한 브랜드를 구축하고, 물류 시스템과 기술 도구를 활용하며, AI 기반 판매·마케팅·고객관리 도구를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전자상거래에서는 상품 상세 페이지, 고객 리뷰, 배송 품질, 반품 대응, 브랜드 신뢰도가 판매 성과를 좌우한다.
이번 흐름은 베트남 경제가 단순 제조·수출 기지에서 브랜드 기반 디지털 수출국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 베트남 기업들은 해외 바이어에게 납품하거나 글로벌 브랜드의 하청 생산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아마존과 같은 플랫폼을 활용하면 베트남 기업도 자체 브랜드를 만들고, 해외 소비자 데이터를 직접 확보하며, 더 높은 부가가치를 가져갈 수 있다.
이 변화는 한국 기업에도 시사점이 있다. 베트남에서 생산하거나 베트남 기업과 협력하는 한국 기업은 앞으로 단순 OEM 생산보다 브랜드 기획, 디자인, 온라인 마케팅, 물류, 미국·유럽 플랫폼 판매 전략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특히 가구, 패션, 생활용품, 맞춤형 선물, 건강·편의 제품 분야에서는 한·베 협력 모델이 충분히 가능하다.
다만 베트남 기업이 전자상거래 수출에서 성공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제품 품질 표준, 국제 인증, 지식재산권, 브랜드 스토리텔링, 고객 응대, 반품 관리, 물류비, 플랫폼 광고비, 세금과 통관 규정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특히 미국과 유럽 시장은 소비자 보호 기준과 제품 안전 기준이 높기 때문에, 단기 판매보다 장기 브랜드 신뢰 구축이 중요하다.
결국 베트남의 전자상거래 수출 성장은 단순한 플랫폼 판매 증가가 아니다. 이는 베트남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과 직접 연결되는 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아마존에서 베트남 상품 판매가 5년 만에 300% 증가하고, 연매출 100만 달러 이상 판매자가 60% 늘어난 것은 베트남 중소기업의 글로벌화 가능성을 보여준다. 앞으로 베트남이 동남아 전자상거래 수출 허브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제조 경쟁력에 더해 브랜드, 물류, 데이터, AI 활용 능력을 함께 키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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