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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부동산, 왜 끊임없이 흔들리는가?

보다비엣 : 베트남을 보다 2025. 8. 16. 15:30

2025/08/15

 

베트남 부동산 시장은 오랫동안 ‘기이한 연극 무대’처럼 작동해 왔다. 국민들의 소득은 조금씩만 늘었지만, 논밭이나 양어장이 순식간에 ‘금싸라기 땅’으로 둔갑하며 가격이 폭등했다. 이는 단순한 시장 원리가 아니라, 역사적 상처와 권력·자본의 결탁이 만들어낸 구조적 왜곡의 산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980년대 초인플레이션은 그 출발점이었다. 1985년 실시된 ‘가격–임금–화폐 개혁’은 무제한적 화폐 발행으로 초인플레이션을 불러왔고, 1986년 물가상승률은 587%, 1988년에는 774%에 달했다. 한때 집 한 채 값이던 저축예금이 한 그릇 쌀국수 값으로 전락하면서, 국민들은 통화에 대한 불신을 뼛속 깊이 각인당했다. 그 결과 금과 외화, 특히 ‘땅’은 세대를 건너 이어지는 안전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심리를 파고든 것이 정부의 통화 완화 정책이었다. 경기 부양을 위해 낮은 금리가 도입될 때마다, 값싼 돈은 생산이 아닌 부동산으로 몰렸다. 2009년 금융위기, 2020~2021년 코로나19 기간에 나타난 폭등세가 대표적이다. 지방의 토지 가격이 몇 달 만에 20~30% 오르는 현상이 벌어졌다.

 

여기에 ‘조작된 경매’가 불을 지폈다. 투기 세력은 시세보다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으로 입찰해 언론에 “역대 최고가”라는 뉴스를 터뜨리고, 미리 사둔 토지를 되팔아 이익을 챙겼다.

 

2021년 호치민시 투티엠(Thủ Thiêm)에서 발생한 탄 호앙 민(Tân Hoàng Minh) 사건이 대표적이다. 1㎡당 24.5억 동(약 1억 3천만 원)이라는 비현실적 가격을 써내 시장을 들썩이게 한 뒤, 보증금 6천억 동(약 320억 원)을 포기하고 철수했다. 이른바 ‘보증금=마케팅 비용’이었다. 이후 하노이 호아이득(Hoài Đức) 등지에서도 비슷한 ‘가격 폭탄’ 입찰이 잇따라 논란이 됐다.

 

더 구조적인 문제는 대형 기업과 금융권의 결탁이다. 예컨대 빈홈즈(Vinhomes, 빈그룹 계열)는 자신이 세운 ‘위장 법인’을 통해 수십 채를 한꺼번에 매입하고, 테크콤뱅크(Techcombank)와 연계된 채권 자금을 동원해 거래를 ‘실제 매출’처럼 장부에 기록했다. 이렇게 조작된 가격은 은행의 담보 평가를 통해 다시 공인되고, 시장의 기준가로 굳어졌다. 결과적으로 집값은 왜곡되고, 서민들은 더 멀어진 내 집 마련의 꿈을 감당해야 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한 ‘투기 버블’이 아니라 “신흥 권력-재벌-금융” 삼각 구도의 산물로 본다. 과거 유고슬라비아의 정치 이론가 밀로반 질라스(Milovan Djilas)가 지적한 ‘신흥 계급(New Class)’ 개념처럼, 베트남에서도 권력 엘리트와 재벌이 자원을 독점하고 경제를 주도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빈그룹, 선그룹(Sun Group), 마산(Masan) 등 일부 대기업은 여전히 정책적 우산 아래 움직이며, 금융·부동산을 지렛대로 시장을 좌지우지한다는 지적이다.

 

2025년 들어 정부가 8% 성장률을 내세우며 또다시 돈 풀기에 나선 가운데, 상반기 소비자물가지수(CPI)는 3.27% 상승, 부동산 대출 증가율은 18.47%로 전체 신용 성장률(10%)을 훨씬 웃돌았다. 이는 생산 대신 투기적 자산에 자금이 몰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베트남 부동산 문제는 단발적 사건이 아니라, 1980년대 경제 정책 실패에서 비롯된 불신·투기 심리와 오늘날 권력-재벌-금융의 결탁이 맞물린 구조적 문제다. 40년 전의 초인플레이션이 남긴 트라우마는 여전히 현재를 지배하며, 서민들은 ‘내 집 마련’이 갈수록 멀어지는 냉혹한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출처 : https://www.nguoi-viet.com/sai-gon-nho/bat-dong-san-viet-nam-bi-lung-doan-nhu-the-na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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