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19
베트남 스타트업 생태계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많은 기술 스타트업이 아직 큰 도약을 이루지 못하는 이유로 “시장에 대한 야망이 작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베트남에는 기술이 없지 않고, 초기 투자를 검토하는 엔젤투자자도 있으며, 대학과 연구소에는 강한 연구역량도 존재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베트남 스타트업의 가장 큰 병목이 기술이나 자본 부족이 아니라, 처음부터 너무 작은 시장을 목표로 잡는 태도에 있다고 분석한다.
BK Holdings의 기업관계 부문 책임자인 Hứa Thùy Trang (흐어 투이 짱) 박사는 최근 베트남 스타트업의 현실을 설명하며 “우리의 꿈이 너무 작다”고 말했다. 그는 하노이과학기술대학교 산하 연구팀과 민간투자자를 연결해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 효율화, 디지털 전환, AI 관련 기술 스타트업을 육성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이 문제를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베트남에는 이미 실험실에서 개발된 핵심기술을 가진 연구팀이 적지 않다. 또한 일부 엔젤투자자는 창업팀의 역량과 열정, 기술의 잠재력을 확인하면 매우 초기 단계에서도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하고 투자할 의향을 보인다. 즉 자본과 기술이 완전히 부족한 환경은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는 창업팀이 처음부터 자신들의 시장을 너무 좁게 정의한다는 데 있다.
많은 베트남 스타트업은 특정 산업단지, 특정 지방, 또는 베트남 국내 시장만을 목표로 한다. 물론 작은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업이 장기적으로 얼마나 커질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시장을 너무 작게 잡으면 투자자는 성장 한계를 빨리 보게 되고, 기업이 확장 가능한 모델을 만들 수 있는지 의심하게 된다.
흐어 투이 짱 박사는 스타트업이 처음부터 ASEAN 시장이나 글로벌 시장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문제는 단순한 표현의 차이가 아니다. 창업자가 처음부터 세계 시장을 상상하지 않으면 지식재산권 전략, 제품 표준화, 다국어 서비스, 해외 파트너십, 국제 인증, 가격모델, 공급망 전략도 충분히 준비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기술은 있어도 사업이 커질 기반이 약해진다.
BambuUP의 창업자 겸 CEO인 Nguyễn Hương Quỳnh (응우옌 흐엉 꾸인)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그는 국내외 스타트업 심사 과정에서 베트남 창업팀과 미국·중국 창업팀의 차이를 자주 본다고 말했다. 베트남 스타트업은 목표 시장을 묻는 질문에 “먼저 북부 시장, 그다음 베트남 전체, 이후 몇몇 국가”라고 답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미국 스타트업은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고, 중국 스타트업도 세계 시장을 목표로 하면서 동시에 10억 명이 넘는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삼는다.
이 차이는 단순히 국가 규모의 문제가 아니다. 핵심은 창업자가 기업의 미래를 처음부터 어떻게 상상하느냐에 있다. 미국이나 중국 스타트업은 제품 설계 단계부터 대규모 확장성을 고려한다. 반면 베트남 스타트업은 좋은 기술을 가지고도 지역 문제 해결에 머무르거나, 국내 시장에만 맞춘 서비스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되면 해외 투자자나 전략적 파트너는 장기 성장 가능성을 낮게 볼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특히 학생 창업팀과 연구기반 스타트업이 더 큰 문제를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투자자들은 여전히 좋은 기술 프로젝트에 투자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러나 그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한 앱이나 작은 솔루션이 아니라, 깊이 있는 기술과 큰 시장을 동시에 겨냥하는 모델이다. 즉 “좋은 기술”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기술이 해결하려는 시장의 크기가 충분히 커야 한다.
베트남 스타트업이 마주하는 또 다른 문제는 실험실에서 시장으로 나가는 과정이다. 흐어 투이 짱 박사는 싱가포르에서 투자 유치에 성공한 한 기업의 사례를 언급했다. 이 기업은 기술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실험실 생산에서 대량생산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원인은 기술이 아니라 공급망, 원재료 확보, 생산비, 비즈니스 모델, 공급망 개발 전략 부족이었다.
이는 베트남 딥테크 스타트업이 자주 겪는 문제다. 실험실에서 작동하는 기술이 곧바로 시장에서 팔리는 제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대량생산, 품질 표준, 원가 절감, 공급업체 관리, 유통채널, 고객지원, 인증, 사후서비스가 모두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기술자 중심 창업팀은 종종 사업개발과 시장 커뮤니케이션에서 약점을 드러낸다.
흐어 투이 짱 박사는 “많은 기술 인재들이 매우 열정적이고 전문성이 뛰어나지만, 투자자나 파트너를 만나면 자신들이 무엇을 증명하려는지 상대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기술을 잘 만드는 것과 기술의 가치를 설득하는 것은 다른 능력이다. 투자자는 기술의 원리뿐 아니라 고객 문제, 시장 규모, 수익모델, 경쟁우위, 확장전략, 회수 가능성을 알고 싶어 한다.
이 때문에 BK Holdings는 스타트업 인큐베이팅과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창업팀의 피칭 능력을 훈련시키고 있다. 창업팀이 기술의 가치, 개발 로드맵, 생태계 연결 가능성, 투자 필요성을 명확히 전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베트남 스타트업이 글로벌 투자자와 협상하려면 영어 발표 능력뿐 아니라, 시장과 숫자로 말하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베트남 혁신 생태계의 또 다른 문제는 각 요소가 아직 분절되어 있다는 점이다. 대학에는 연구가 있고, 기업에는 현장 문제가 있으며, 투자자에게는 자본이 있고, 지원기관에는 네트워크가 있다. 하지만 이들이 하나의 체계로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으면 큰 문제를 풀기 어렵다. 기술 스타트업은 혼자 성장할 수 없다. 대학, 기업, 투자자, 정부, 액셀러레이터, 글로벌 파트너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이 문제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와도 닮은 부분이 있다. 한국 스타트업도 한때 국내 시장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고, 글로벌 진출은 어느 정도 성장한 뒤의 과제로 여겨졌다. 그러나 SaaS, AI, 바이오, 반도체, 콘텐츠, 플랫폼 분야에서는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전제로 제품을 설계하지 않으면 경쟁이 어렵다. 베트남 스타트업도 같은 전환점에 서 있다.
베트남은 인구 1억 명 규모의 매력적인 내수시장을 갖고 있지만, 미국이나 중국처럼 초대형 내수시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기술 스타트업이 유니콘급으로 성장하려면 베트남 국내 시장을 넘어 ASEAN, 일본, 한국, 미국, 유럽까지 고려해야 한다. 특히 베트남은 지리적으로 ASEAN 중심에 있고, 제조업 공급망과 디지털 인재가 성장하고 있어 지역 확장의 거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글로벌 확장을 하려면 처음부터 제품 설계가 달라져야 한다. 언어, 결제, 규제, 데이터 보안, 고객지원, 기술 표준, 파트너십, 지식재산권 보호를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베트남의 한 산업단지에서만 작동하는 에너지 효율 솔루션이 아니라, ASEAN 제조업 공장 전반에 적용 가능한 솔루션으로 설계해야 시장 규모가 커진다. 특정 지방정부의 행정문제를 푸는 앱이 아니라, 여러 국가의 유사 행정·도시문제를 풀 수 있는 플랫폼으로 발전해야 투자 매력이 생긴다.
지식재산권 전략도 중요하다. 창업자가 시장을 작게 보면 특허, 상표, 소프트웨어 저작권, 데이터 권리, 기술 라이선스 전략을 뒤로 미루기 쉽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하면 초기부터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고, 해외 진출 시 충돌 가능성을 점검해야 한다. 기술 기반 스타트업일수록 이 부분을 소홀히 하면 나중에 투자유치나 인수합병 과정에서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 베트남 스타트업의 작은 시장 야망은 수익률 문제와 직결된다. 벤처투자는 본질적으로 높은 실패확률을 감수하고 큰 성공 가능성에 투자하는 구조다. 창업팀이 처음부터 작은 시장만 목표로 한다면, 성공하더라도 투자자가 기대하는 규모의 회수가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투자자는 기술보다 먼저 시장의 크기와 창업자의 확장 의지를 본다.
베트남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구호성 글로벌 전략이 아니다. “우리는 글로벌로 간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떤 국가부터 진출할지, 왜 그 시장이 첫 번째 해외 시장인지, 현지 고객의 문제는 무엇인지, 경쟁사는 누구인지, 어떤 파트너가 필요한지, 제품을 어떻게 현지화할지, 가격은 어떻게 책정할지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글로벌 야망은 숫자와 실행계획으로 증명되어야 한다.
또한 창업팀 구성도 달라져야 한다. 기술자만 있는 팀은 제품을 만들 수 있지만, 시장을 열기 어렵다. 글로벌 확장을 위해서는 사업개발, 세일즈, 재무, 법무, 마케팅, 운영, 공급망 전문가가 함께 필요하다. 특히 딥테크 스타트업은 연구개발 인력과 사업화 인력을 균형 있게 구성해야 한다. 실험실의 성과를 고객이 돈을 내는 제품으로 바꾸는 과정이야말로 스타트업의 진짜 시험대다.
베트남 정부와 대학의 역할도 중요하다. 대학 연구성과가 창업으로 이어지려면 기술이전, 지분구조, 연구자 보상, 창업휴직, 실험실 장비 활용, 특허 지원, 기업 파트너 연결 같은 제도가 필요하다. 또한 학생들이 일본, 한국, 싱가포르, 미국 기업에서 인턴십을 경험하면 기술을 시장과 연결하는 관점을 배울 수 있다. 원문에서 언급된 일본 기업 인턴십 사례도 이런 사고 전환의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창업 생태계가 한 단계 더 성장하려면 “작은 문제 해결”과 “큰 시장 확장”을 동시에 생각해야 한다. 시작은 작은 문제에서 할 수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 문제가 다른 지역, 다른 산업, 다른 국가에서도 반복되는 문제인지 확인해야 한다. 좋은 스타트업은 작은 시장에서 출발하더라도, 확장 가능한 구조를 갖는다.
예를 들어 에너지 효율, 기후변화 적응, 제조업 디지털화, AI 품질관리, 농업 자동화, 헬스케어 접근성, 물류 최적화 같은 분야는 베트남뿐 아니라 ASEAN 전체에서 공통으로 존재하는 문제다. 베트남 스타트업이 이런 분야에서 실증과 초기 고객을 확보한 뒤 지역 시장으로 확장한다면, 글로벌 투자자에게 훨씬 매력적인 스토리를 제시할 수 있다.
반대로 특정 지방정부나 특정 기업 한 곳에만 맞춘 맞춤형 솔루션은 매출은 만들 수 있지만, 벤처형 고성장 기업으로 평가받기 어렵다. 이런 사업은 SI나 컨설팅 회사로는 의미가 있지만, 스타트업 투자자들이 원하는 폭발적 성장 모델과는 거리가 있다. 베트남 창업팀은 자신들이 만들고 있는 것이 “프로젝트”인지 “제품”인지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앞으로 관전 포인트는 세 가지다. 첫째, 베트남 기술 스타트업이 ASEAN과 글로벌 시장을 처음부터 겨냥하는 사례가 늘어날지다. 둘째, 대학과 연구소의 기술이 실제 기업과 투자자, 고객으로 연결되는 사업화 체계가 강화될지다. 셋째, 베트남 창업자들이 기술 설명을 넘어 시장 규모, 수익모델, 확장전략을 설득력 있게 제시할 수 있을지다.
결국 베트남 스타트업의 도약을 막는 가장 큰 장벽은 기술 부족이 아니라 상상력의 크기일 수 있다. 좋은 기술, 초기 투자자, 연구역량이 있어도 창업자가 작은 시장만 바라보면 기업은 크게 성장하기 어렵다. 반대로 처음부터 큰 문제를 정의하고, 확장 가능한 제품을 만들며, 지식재산권과 공급망, 글로벌 시장 전략을 준비한다면 베트남 스타트업도 지역을 넘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다.
베트남 스타트업 생태계의 다음 단계는 더 많은 창업팀이 “베트남에서 시작하지만 세계를 겨냥하는 기업”으로 사고를 전환하는 데 달려 있다. 기술은 이미 일부 준비되어 있고, 자본도 가능성을 찾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더 큰 꿈, 더 큰 시장, 더 정교한 실행전략이다.
출처 : https://vneconomy.vn/techconnect/tham-vong-thi-truong-chua-du-lon-khien-startup-viet-kho-but-pha.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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