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29
베트남 은행권의 이익 순위가 지난 10년 사이 크게 바뀌었다. 은행업은 비교적 안정적인 산업으로 여겨지지만, 2015년과 2025년의 세전이익 순위를 비교해 보면 베트남 금융시장의 경쟁 구도가 상당히 재편됐음을 알 수 있다. 국영 대형은행 Big4는 여전히 상위권을 지배하고 있지만, 내부 순위는 바뀌었고 민간은행들의 추격도 훨씬 강해졌다.
가장 큰 변화는 Vietcombank(비엣콤은행, VCB)의 1위 등극이다. 2015년 Vietcombank는 세전이익 6.8조 동 (약 3,900억 원)으로 BIDV(베트남투자개발은행)와 VietinBank(비엣틴은행)에 이어 3위였다. 그러나 10년 뒤인 2025년에는 세전이익 44조 동 (약 2.5조 원)을 기록하며 베트남 은행권 1위에 올랐다. 베트남 은행 중 세전이익 44조 동을 넘어선 첫 사례다.

Vietcombank의 순위 상승은 단순히 두 계단 오른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과거에는 BIDV와 VietinBank가 번갈아가며 이익 규모 1위를 차지하는 구조였지만, Vietcombank가 자산건전성, 리테일 금융, 낮은 조달비용, 효율적 운영을 앞세워 새로운 선두 은행으로 올라선 것이다. 이는 베트남 은행업의 경쟁 기준이 단순한 대출 규모 확대에서 수익성, 비용관리, 자산 질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BIDV는 2015년 1위에서 2025년 3위로 밀려났다. VietinBank는 2위를 유지했다. MB(군대은행, MBB)는 2015년과 2025년 모두 4위를 지키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Big4와 대형 국영·군계 은행들은 여전히 이익 규모 면에서 강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도 경쟁의 질서가 바뀐 것이다.
민간은행 부문에서는 변화가 더 역동적이었다. Techcombank(테크콤은행, TCB)는 2015년 6위에서 2025년 5위로 올라서며 VPBank(VP뱅크, VPB)를 제치고 베트남 민간은행 중 세전이익 1위에 올랐다. VPBank 역시 2015년에 비해 이익이 거의 10배 가까이 늘었지만, 순위는 오히려 한 계단 하락해 6위가 됐다. 이는 베트남 은행권에서 이익이 증가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경쟁사보다 더 빠르게 성장해야 순위를 지킬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가장 인상적인 상승세를 보인 은행 중 하나는 HDBank(HDBank, HDB)다. 2015년 HDBank는 세전이익이 8,000억 동 (약 460억 원)에 미치지 못했고 순위는 10위였다. 그러나 2025년에는 세전이익이 21.3조 동 (약 1.2조 원)을 넘어서며 7위로 올라섰다. 약 27배의 이익 증가다.
HDBank의 세 계단 상승은 숫자로만 보면 크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실제 의미는 상당하다. HDBank는 Sacombank(사콤뱅크, STB), ACB(아시아상업은행), SHB(사이공하노이은행)처럼 과거 더 높은 위치에 있던 은행들을 제치고 베트남 대표 민간은행 그룹에 진입했다. 이는 신용 규모 확대, 리테일 금융 강화, 소비자금융, 운영 효율 개선이 오랜 기간 누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LPBank(LP뱅크)도 눈에 띄는 상승 사례다. 2015년 LPBank는 세전이익이 4,000억 동 (약 230억 원)을 조금 넘는 수준으로 14위였다. 그러나 2025년에는 세전이익 14.2조 동 (약 8,100억 원)을 기록하며 10위에 올랐다. 이를 통해 LPBank는 상장 은행 기준 세전이익 Top 10에 진입했다.
이처럼 베트남 은행권에서는 대부분 은행의 이익이 크게 늘었다. 하지만 순위는 이익 증가 여부만으로 결정되지 않았다. 더 중요한 것은 성장 속도였다. 어떤 은행은 이익이 몇 배 늘었지만, 경쟁 은행들이 더 빠르게 성장하면서 오히려 순위가 하락했다.
Sacombank가 대표적이다. Sacombank의 세전이익은 2015년 8,700억 동 (약 500억 원)에서 2025년 7.6조 동 (약 4,300억 원) 이상으로 증가했다. 거의 9배 성장한 셈이다. 그러나 순위는 9위에서 13위로 네 계단 하락했다. 이익 증가 자체는 컸지만, 업계 전체의 성장 속도를 따라잡기에는 부족했던 것이다.
반대로 VietBank(비엣뱅크)는 ‘역전’ 사례로 언급된다. 2015년 VietBank는 1,200억 동 (약 7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최하위권에 있었다. 그러나 2025년에는 세전이익이 1.5조 동 (약 850억 원)을 넘어서며 21위로 여섯 계단 상승했다. 절대 규모는 아직 상위권과 차이가 있지만,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하고 순위를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반면 Bac A Bank(박아은행)는 순위 하락 폭이 가장 큰 사례로 꼽힌다. 2015년 Bac A Bank는 세전이익 4,500억 동 (약 260억 원)으로 13위였다. 2025년에는 이익이 세 배 이상 늘어 1.5조 동 (약 850억 원)에 가까워졌지만, 순위는 23위로 10계단 하락했다. 은행의 절대 이익은 증가했지만, 경쟁사들의 성장 속도가 훨씬 빨랐다는 의미다.
이 변화는 베트남 은행산업의 경쟁이 얼마나 치열해졌는지를 잘 보여준다. 10년 전에는 세전이익 수천억 동 수준도 중상위권에 들 수 있었지만, 지금은 조 단위 이익을 내도 중위권에 머무를 수 있다. 디지털화, 리테일 금융, 소비자금융, 수수료 수익, 자산건전성 관리, 비용 효율화가 은행 간 순위를 가르는 핵심 요소가 됐다.
지난 10년 동안 베트남 은행권의 판도는 ‘Big4 중심’에서 ‘Big4와 강한 민간은행의 경쟁’으로 바뀌었다. 국영 대형은행은 여전히 절대 이익 규모에서 우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Techcombank, HDBank, LPBank, TPBank 같은 민간은행들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특히 민간은행들은 빠른 의사결정, 디지털 전환, 리테일 고객 확대, 고수익 상품 전략을 통해 성장 속도를 높여왔다.
이는 한국 은행산업의 과거 변화와도 비교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과거에는 대형 시중은행 중심의 구도가 강했지만, 이후 디지털 금융, 카드, 증권, 보험, 핀테크, 인터넷은행이 등장하면서 수익성과 성장성의 기준이 바뀌었다. 베트남도 이제 단순 예대마진 중심 은행업에서 리테일, 디지털, 소비자금융, 자산관리, 수수료 기반 수익을 함께 키우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Vietcombank의 1위 등극은 안정성과 효율성을 중시한 전략의 승리로 해석할 수 있다. 반면 HDBank와 LPBank의 상승은 공격적 확장과 수익성 개선이 결합될 때 민간은행도 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Techcombank는 민간은행 중 가장 높은 이익을 기록하며 고소득 고객, 디지털 뱅킹, 수수료 수익 전략의 효과를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성장 속도가 빠른 만큼 리스크 관리도 중요하다. 베트남 은행들은 부동산 대출, 회사채, 소비자금융, 중소기업 대출, 담보가치 변동에 민감하다. 이익 순위가 상승한 은행이라도 자산건전성이 나빠지면 순식간에 수익성이 흔들릴 수 있다. 특히 고성장 은행일수록 대출 포트폴리오의 질과 충당금 정책을 함께 봐야 한다.
향후 10년의 순위는 또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베트남 경제가 계속 성장하고 금융 접근성이 확대되면 은행업 전체의 이익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경쟁도 더 치열해진다. 디지털 은행 서비스, AI 기반 신용평가, 모바일 결제, 중소기업 금융, 개인대출, 자산관리 시장에서 누가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고객을 확보하느냐가 새로운 승부처가 될 것이다.
또한 베트남 금융당국의 규제 방향도 중요한 변수다. 자본적정성, 부실채권 관리, 신용 성장 한도, 부동산 대출 규제, 은행 구조조정 정책이 은행별 성장 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은행의 이익이 커지는 만큼 건전성 관리와 투명성 요구도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2015년과 2025년의 베트남 은행 이익 순위 비교는 단순한 숫자 변화가 아니다. 이는 베트남 금융시장의 권력 지도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Big4는 여전히 강하지만 내부 순위는 바뀌었고, 민간은행들은 빠르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반대로 이익이 늘었음에도 성장 속도가 느린 은행은 순위에서 밀려났다.
앞으로 베트남 은행권을 볼 때는 단순히 어느 은행이 크냐보다, 어느 은행이 더 효율적으로 성장하는지, 어느 은행이 자산건전성을 유지하면서 수익을 늘리는지, 어느 은행이 디지털과 리테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지를 봐야 한다. 10년 뒤 베트남 은행 이익 순위는 지금과 또 다를 수 있다. 이번 변화는 그 재편이 이미 시작됐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베트남 은행권 ‘100조 동 (약 5.5조 원) 자본금 경쟁’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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