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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도 이제 '워라밸' 시작...

보다비엣 : 베트남을 보다 2026. 6. 16. 23:51

2026/06/14

 

베트남 노동시장에서도 “돈을 더 받는 일”보다 “삶을 지킬 수 있는 일”을 선택하는 직장인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 하노이에 사는 39세 여성 카인 리(Khanh Ly)는 더 낮은 급여를 감수하고도 주말 이틀을 쉴 수 있고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장으로 옮겼다. 이유는 분명했다. 두 자녀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였다.

 

리는 과거 부동산회사에서 3년 동안 영업관리자로 일했다. 당시 그녀는 주 6일 근무를 했고, 퇴근 후에도 업무 상황에 대응해야 하는 일이 많았다. 일주일에 하루만 쉬다 보니 하노이 근교로 짧은 가족여행을 가거나 고향인 푸토(Phú Thọ)성을 방문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대부분의 주말은 아이들과 가까운 카페나 서점에 가는 것으로 끝났고, 조금 긴 여행은 연차휴가 때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저녁 8시, 하노이 까우자이 지구의 한 사무실 건물에는 여전히 불이 켜져 있었다 / 사진: VnExpress/홍찌에우

 

리는 “토요일에 쉬지 못하면 숨이 막히는 느낌이다. 일요일 하루만으로는 아무것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아이들이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넘어가는 중요한 시기에 부모로서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다. 그녀는 많은 베트남 기업에서 주말 이틀 휴무가 여전히 ‘사치’에 가깝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토요일에 사무실 출근을 요구하지 않는 직장을 우선순위로 삼았다.

 

리는 근무시간 이후 온라인으로 연락을 받는 것은 감수할 수 있다고 했다. 중요한 것은 토요일에 반드시 사무실에 있어야 하는 구조에서 벗어나는 것이었다. 노트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업무라면 친척을 방문하거나 아이들과 외출하는 중에도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노이에서 행사기획자로 일하던 깜(Cam)의 사례도 비슷하다. 그녀는 과거 회사에서 토요일 오전까지 근무해야 했지만, 실제로는 토요일 하루 종일 일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프로젝트와 마감 관련 메시지는 근무시간 밖에도 계속 도착했다. 행사기획, 초청자 조율, 홍보 콘텐츠 작성, SNS 관리까지 여러 업무를 담당했고, 마감을 맞추기 위해 주말에도 카페에서 노트북을 펴고 일하는 일이 잦았다.

 

문제는 업무량이 크게 늘었는데도 급여는 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깜은 맡은 일이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난 뒤 급여 조정을 요청했지만, 회사는 재정적 어려움을 이유로 거절했다. 대부분의 행사가 주말에 열렸기 때문에 그녀는 휴식도, 가족 방문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드물게 일요일이 비면 하루 종일 잠을 자며 체력을 회복하는 데 시간을 썼다.

 

결정적인 계기는 어머니를 병원에 모시고 가기 위해 휴가를 요청했을 때였다. 그녀의 상사는 그날에도 메시지를 보내 다음 날 아침까지 행사 기획안을 완성하라고 요구했다. 깜은 그 순간 퇴사를 결심했다. 한 달간 휴식을 취한 뒤 그녀는 부동산 전문 매체의 콘텐츠 제작 업무로 옮겼다. 급여는 20% 줄었고 출퇴근 거리도 2km 더 길어졌지만, 더 이상 토요일에 사무실에 나가지 않아도 된다. 부족한 수입은 주말에 긴급 업무나 프리랜서 일을 조금씩 하며 보충하고 있다.

 

이런 선택은 아직 베트남 노동시장 전체에서 보편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임금만큼이나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흐름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특히 기술 발전으로 메신저, 이메일, 업무 플랫폼이 24시간 연결되면서, 사무실 밖에서도 업무가 끝나지 않는 문제가 커지고 있다. 근무시간과 개인시간의 경계가 흐려진 것이다.

 

베트남 근로자들의 근무시간은 여전히 긴 편이다. 2024년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베트남 근로자의 평균 주당 근무시간은 2022년 42.2시간에서 42.5시간으로 늘었다. 전체 근로자의 약 46%는 주 40~48시간을 일했고, 거의 29%는 주 48시간을 초과해 일했다. 외국계 기업 근로자는 주 50시간 이상 일하는 경우가 많았고, 공공부문은 43.3시간, 국내 민간부문은 42.5시간으로 조사됐다.

 

박닌성 꽝쩌우(Quang Châu) 산업단지의 한 섬유회사 노조위원장은 과거 공장이 토요일 정오 퇴근제를 운영했을 때 노동자들이 가족과 쉬는 시간을 매우 반겼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모기업의 표준근무제에 맞춰 주 48시간 근무가 적용되면서 토요일도 온전히 일하게 됐다. 그는 정부가 주당 근무시간을 44시간으로 줄이는 로드맵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섬유·의류업은 여성 노동자 비중이 높은 산업이다. 많은 여성 노동자들이 어린 자녀를 키우고 있다. 부모가 이른 아침 집을 나서고 늦게 돌아오는 데다 잔업까지 하면, 아이 돌봄은 조부모에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피로 문제가 아니라 가족 구조와 돌봄 부담, 여성 노동자의 삶의 질 문제로 이어진다.

 

응우옌 아인 토(Nguyễn Anh Thơ) 산업안전보건과학연구소장은 주말 이틀 휴무, 재택근무, 유연근무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 것은 베트남 근로자들이 일과 삶의 균형을 더 강하게 원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그는 주당 근무시간이 48시간보다 짧다고 해서 기업 생산성이 반드시 낮아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유연근무와 원격근무는 운영비를 줄이면서도 직원 성과를 유지할 수 있고, 인재를 유치하고 붙잡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근무시간을 줄이고 주말 휴식시간을 늘리는 것은 세계적 흐름”이라며, 베트남도 노동법 개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근무시간 조정 로드맵을 검토할 적절한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베트남 노동법은 표준 근무시간을 주 48시간까지 허용하고 있다. 공공부문은 1999년부터 주 40시간 근무제를 운영해왔다. 베트남노동총연맹과 여러 전문가들은 민간기업의 근무시간을 주 48시간에서 44시간으로 줄이고, 장기적으로는 주 40시간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계속 주장해왔다.

 

베트남의 이 논의는 한국이 이미 겪어온 장시간 노동 문제와 유사하다. 한국도 과거에는 장시간 근무와 주말근무가 당연하게 여겨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주 5일제, 주 52시간제, 유연근무, 재택근무 논의가 확대됐다. 베트남 역시 경제성장과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과정에서 생산성과 삶의 질 사이의 균형을 다시 고민하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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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베트남의 젊은 직장인과 자녀를 둔 부모 세대는 이전보다 가족시간과 자기 시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단순히 월급이 얼마인지보다, 토요일에 아이와 시간을 보낼 수 있는지, 부모를 병원에 모시고 갈 수 있는지, 주말에 고향을 방문할 수 있는지가 직장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이 변화는 무시하기 어렵다. 인재를 붙잡으려면 단순히 급여만으로는 부족하다. 토요일 출근 여부, 재택근무 가능성, 퇴근 후 연락 문화, 업무량과 보상의 균형, 가족 돌봄에 대한 배려가 기업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 특히 사무직, 콘텐츠, IT, 영업관리, 금융, 부동산 서비스 등 노트북으로 처리 가능한 업무가 많은 분야에서는 유연근무가 더 현실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물론 모든 업종이 즉시 주 5일제나 원격근무로 전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제조업, 섬유, 물류, 서비스업처럼 현장 근무가 필수인 업종은 인력 배치와 생산계획, 비용 부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최소한 주 48시간 근무를 장기적으로 44시간, 더 나아가 40시간으로 줄이는 로드맵은 베트남 노동시장에서도 점점 중요한 의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카인 리와 깜의 선택은 개인적인 이직 사례를 넘어 베트남 노동문화 변화의 신호로 볼 수 있다. 더 많은 월급보다 토요일을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선택하는 직장인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베트남 경제가 성장하면서 노동자들이 단순 생계 유지에서 삶의 질, 가족관계, 정신적 회복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베트남 기업과 정책당국이 이 흐름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노동시장 경쟁력이 달라질 수 있다. 근로시간 단축과 유연근무는 단기적으로 비용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생산성, 직원 충성도, 이직률 감소, 기업 이미지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베트남 노동시장의 다음 과제는 더 오래 일하는 것이 아니라, 더 지속가능하게 일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출처 : https://e.vnexpress.net/news/life/trend/employees-trade-higher-pay-for-weekends-with-families-508462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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