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05
베트남 민간의료 시장이 외국계 의료그룹의 핵심 성장 무대로 부상하고 있다. 싱가포르 Thomson Medical Group (TMG)은 2023년 말 FV병원과 ACC 클리닉 체인을 3.8억 달러 이상에 인수한 뒤, 베트남을 그룹의 주요 성장 시장으로 빠르게 끌어올렸다.
TMG의 베트남 사업은 Far East Medical Vietnam Limited(FEMVN)를 통해 회계 처리되고 있다. TMG의 재무보고서에 따르면, 2025~2026년 기간 베트남 시장은 그룹 전체 매출의 24~25%를 차지했다. 이는 FV병원 인수가 단순한 해외 자산 매입이 아니라, TMG의 동남아 의료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전략적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다.

TMG의 2026 회계연도 상반기, 즉 2025년 7월 1일부터 2025년 12월 31일까지 베트남 사업은 5,130만 싱가포르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베트남 동 기준으로는 약 1조 동 (약 570억 원)에 가까운 규모다.
TMG 회장 응 세르 미앙 (Ng Ser Miang)은 주주들에게 FV병원과 베트남의 경제·인구 구조적 성장성에 대해 계속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FV병원 확장 투자가 장기 전략의 일부라며, 베트남이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의료 성장 시장 중 하나가 될 것이고 FV병원은 국제 기준의 신뢰받는 의료서비스 제공자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FV병원은 허가 기준 230개 병상을 운영하고 있으며, 3개의 클리닉 및 의료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의료인력은 1,600명 이상, 의사는 200명 이상이다. 이는 베트남 민간병원 중에서도 비교적 큰 규모이며, 외국인 환자와 중산층·고소득층 환자를 동시에 겨냥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FV병원의 최근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수익성 극대화보다 환자 기반 확대를 우선한다는 점이다. 원문은 FV병원의 일시적인 이익률 하락이 병원 이용 환자 수와 병상 가동률을 높이는 전략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한다. 즉, 병원은 한 명의 환자에게서 최대한 높은 진료비를 받기보다, 더 많은 환자가 병원을 이용하도록 만드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 전략을 뒷받침하는 핵심 변화가 바로 2026년 1월 1일부터 FV병원이 베트남 국가건강보험(BHYT)을 외래, 입원, 응급 진료 전반에 적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FV병원은 이제 1차 진료기관으로서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으며, 이 병원에 등록한 환자나 응급 환자는 공공병원에서 별도의 전원서 없이도 규정 범위 안에서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6세 미만 아동의 입원 치료도 이 정책에 포함된다.
이 결정은 FV병원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고객 기반 확대 전략이다. 기존의 고급 민간병원 이미지만으로는 환자층이 제한될 수 있다. 하지만 국가건강보험을 적용하면 더 넓은 중산층 환자와 장기 치료 환자, 응급 환자까지 흡수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환자 1인당 평균 진료비나 이익률이 낮아질 수 있지만, 전체 환자 수와 병상 활용률이 높아지면 장기적으로 매출 기반이 더 안정될 수 있다.
이 변화는 베트남 의료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와도 연결된다. 베트남 공공의료 체계는 전국 환자의 약 60%를 담당하고 있으며, 일부 주요 병원은 설계 수용능력의 200%를 넘는 환자를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공병원의 과밀과 대기시간 문제는 오래된 사회적 과제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병원이 건강보험 체계 안으로 더 깊이 들어오면, 공공병원 부담을 줄이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다.
베트남 정부도 민간의료 확대를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총리 결정 201/QĐ-TTg는 현재 약 6% 수준인 민간병상 비중을 2030년까지 최소 15%로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베트남이 공공의료 중심 구조에서 민간의료와 공공의료가 함께 역할을 나누는 혼합형 의료 시스템으로 이동하려는 흐름을 보여준다.
TMG의 2025 회계연도 실적에는 일회성 회계 손실도 있었다. TMG는 베트남 의료사업 인수와 관련한 영업권(goodwill) 손상차손을 한 번에 반영하면서 2025 회계연도에 세후손실 4,700만 싱가포르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응 세르 미앙 회장은 이 손실이 현금 유출을 동반하지 않는 회계 항목이며, FV병원의 실제 운영 흐름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고 투자자들에게 설명했다.
TMG의 부채도 만만치 않다. 2025년 말 기준 그룹 총부채는 11억 싱가포르달러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에 대한 장기 투자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는 TMG가 FV병원을 단기 수익 창출 자산이 아니라, 동남아 의료시장 성장에 베팅하는 장기 플랫폼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2025년 5월 FV병원은 전신 종양 비침습 치료 장비인 CyberKnife S7 도입을 위해 약 2천억 동 (약 110억 원)을 집행했다. 이 장비는 정밀 방사선 치료에 활용되는 고급 의료기술로, 암 치료 경쟁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FV병원은 이 기술과 함께 체외수정센터, 전문 투석센터 등을 새 H Building에 배치할 계획이며, 이 건물은 2027년 말 공식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투자는 베트남의 의료관광 가능성과도 연결된다. 베트남은 아직 태국이나 싱가포르처럼 의료관광 강국으로 평가되지는 않지만, 중산층 확대, 외국인 거주자 증가, 의료비 경쟁력, 민간병원 고급화가 맞물리면서 의료서비스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FV병원이 암 치료, 난임 치료, 투석, 응급의료 등 고부가가치 의료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은 국내 환자뿐 아니라 해외 환자 유치까지 염두에 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FV병원 사례는 베트남 의료산업이 빠르게 시장화·고급화되고 있다는 신호다. 베트남은 인구 1억 명 규모의 국가이며, 중산층과 고령층이 늘고 있다. 동시에 공공병원 과밀, 전문의 부족, 고급 의료서비스 수요 증가라는 문제가 존재한다. 이런 환경은 외국계 의료그룹과 민간병원에 성장 기회를 제공한다.
다만 민간의료 확대에는 사회적 균형도 필요하다. 민간병원이 건강보험을 적용하면서 더 많은 환자를 받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보험 수가, 환자 본인부담금, 의료서비스 접근성, 공공병원과의 역할 분담이 명확해야 한다. 고급 민간병원이 지나치게 수익성 높은 진료에 집중하면 의료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고, 반대로 건강보험 환자를 많이 받을 경우 병원의 수익성과 서비스 품질 관리가 과제가 될 수 있다.
FV병원의 전략은 이 균형을 시험하는 사례다. TMG는 베트남에서 환자 기반을 넓히기 위해 단기 마진 하락을 감수하고 있다. 동시에 CyberKnife S7, 체외수정센터, 전문 투석센터 등 고부가가치 의료 인프라에 투자하고 있다. 즉, 대중적 접근성을 넓히는 건강보험 전략과 고급 의료서비스 확장을 동시에 추진하는 구조다.
결국 FV병원이 2026 회계연도 상반기에 약 1조 동 (약 570억 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는 것은 베트남 민간의료 시장의 성장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더 중요한 변화는 FV병원이 국가건강보험 체계 안으로 들어오면서, 고급 민간병원과 공공의료 시스템 사이의 경계가 점차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베트남 의료시장은 앞으로 공공병원 과밀 해소, 민간병상 확대, 의료관광, 고급 치료기술 도입이 결합된 새로운 성장 단계로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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