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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북한 관계, 지역 전략경쟁 속 ‘대나무 외교’의 시험대

보다비엣 : 베트남을 보다 2025. 10. 8. 00:56

2025/10/07

 

베트남과 북한의 관계가 미·중 전략경쟁과 동북아 안보구조의 변동 속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베트남 공산당 총비서 또 람(Tô Lâm)이 가까운 시일 내 평양을 공식 방문할 예정이라는 소식은 양국 관계의 범위와 함의를 둘러싼 질문을 낳고 있다. 본 글은 베트남의 ‘대나무 외교’(유연성·독립성·원칙)를 틀로 삼아, 하노이가 복잡한 역내 권력 상호작용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그리고 베트남이 평양과 국제사회 사이의 신뢰할 수 있는 ‘평화의 가교’ 역할을 이어갈 수 있는지를 점검한다. 동시에 양자관계 심화가 역내 안보구조와 베트남의 핵심 파트너들에 미칠 잠재적 영향을 살핀다.

 

양국은 1950년 1월 31일 수교했고, 베트남 통일 이전까지 북한은 물자·기술·인력 양성 등 다방면에서 북베트남을 지원했다. 호찌민 주석의 1957년 방북, 김일성 총리의 1958·1964년 방남이 상징적 이정표였다. 1975년 통일 이후에는 국제환경 변화로 교류가 정체됐으나, 1990년대 말부터 관계 복원이 본격화되었다. 응우옌 디 니엔(Nguyễn Dy Niên) 외무장관의 2000년 방북을 시작으로, 김영남 상임위원장의 2001년 방남, 쩐 득 르엉(Trần Đức Lương) 국가주석의 2002년 방북이 이어졌고, 2007~2008년에는 농 득 마잉(Nông Đức Mạnh) 총비서의 방북 등 고위급 왕래가 집중되며 관계가 실질 복원의 단계로 들어섰다.

 

2019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베트남 공식 방문(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 직후)은 의미가 컸다. 베트남은 국제사회가 신뢰하는 ‘중립적 대화의 장’이자 동남아 외교 허브로 위상을 높였고, 북한은 베트남의 도이모이(Đổi Mới) 경험에 관심을 보였다. 이는 하노이가 역사적 유대와 실용주의를 결합해 전통적 우호를 현대적 맥락에서 재해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도적 지원 역시 전통적 우호의 물적 근거였다. 1990년대 중반 북한의 식량난 시기 베트남은 1995년 100톤, 1997년 1만3,000톤 등 지속적으로 쌀을 지원했다. 2000~2012년에도 수차례 곡물·현금·원자재 지원이 이어져 인도주의 채널을 유지했다. 이는 쿠바·라오스·캄보디아 등 전통 우호국가에 대한 베트남의 일관된 연대정신과도 맞닿아 있다.

 

향후 변곡점으로는 또 람 총비서의 2025년 10월 9~11일 평양 국빈 방문이 거론된다. 2007년 이후 거의 20년 만의 최고위급 방문으로, 수교 75주년의 정치적 함의를 재확인하고 문화·교육·보건(군의 포함)·인도 외교 등 비정치적·비제재 영역에서의 실질 협력을 모색할 수 있다. 다만 북한에 대한 유엔 제재가 엄격한 만큼, 경제·금융·군사 분야의 ‘실질적 돌파구’는 법적 제약으로 제한될 것이다.

 

베트남은 ‘네 가지 불가’ 원칙 (군사동맹 불참, 한 국가를 겨냥한 제휴 불가, 외군 기지 불허, 무력 사용·위협 불가)을 준수하며, 비민감 분야 중심의 선택적 협력과 대화채널 유지를 통해 ‘전략적 합법성’을 관리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한국·일본은 비핵화 원칙과 제재 이행을 최우선으로 보며, 베트남을 경제·정치 핵심 파트너로 인식한다. 베트남은 이들과의 전략적 관계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북한과의 전통 우호를 관리해야 한다.

 

특히 한국은 누적 FDI와 교역에서 베트남의 최상위급 파트너로, 한·베 경제·투자 연계의 안정성이 중요한 만큼, 평양과의 접촉이 ‘과도한 신호’로 해석되지 않도록 세심한 외교 관리가 필요하다.

 

중국은 북한을 전략적 완충으로 간주하며, 베트남–북한 우호를 대체로 긍정적·신중하게 본다. 이는 동북아 전통 질서의 안정적 관리와도 부합한다.

 

국제정치 이론의 틀에서 보면, 동북아 안보는 억지(deterrence), 세력균형(balance of power), 안보 딜레마(security dilemma)가 중첩된 구조다.

 

베트남–북한 관계는 직접 군사변수는 아니지만, 이 구조의 간접 영향권에 있다. 베트남은 대나무 외교와 ‘헤징(hedging)’ 전략으로 다자·양자 네트워크를 다변화하며, 아세안 중심성(ARF·ADMM+)을 지지하고, 민감하지 않은 협력 분야에서만 북한과 교류함으로써 전략적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남중국해 사안과도 직접 연결성이 낮아, 양자관계의 가치는 주로 외교적 자율성·신뢰 자본 확충에 있다.

 

정책 제언으로는, 첫째 유엔·미국 제재의 철저한 준수로 제재 리스크와 평판 리스크를 관리할 것. 둘째 미국·한국·일본과의 전략대화 채널을 상시 가동해 베트남의 의도·범위를 투명하게 설명할 것. 셋째 국제 커뮤니케이션에서 전통 우호·인도 협력·다자주의 준수라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발신할 것. 넷째 협력의 ‘경계선’을 명확히 설정해 비제재·비민감 분야 위주로 상호 이익을 도모할 것.

 

결론적으로, 베트남–북한 관계는 당분간 현상 관리와 상징·제도적 신뢰 축적의 궤적을 따를 가능성이 크다. 베트남은 원칙을 지키되 유연하게 움직이는 대나무 외교로 역내 전략경쟁의 파고를 넘으며, 동북아와 동남아 사이에서 신뢰받는 조정자·가교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할 수 있다.

 

이는 아세안 중심성, 글로벌 파트너십의 다변화, 국내 발전전략과도 정합적이다.

 

출처 : https://nghiencuuchienluoc.org/quan-he-viet-nam-trieu-tien-trong-boi-canh-canh-tranh-chien-luoc-khu-v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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