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05
베트남이 암호화자산 시장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준비를 본격화하고 있다. 암호화자산은 글로벌 디지털경제의 중요한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베트남 입장에서는 국제 자본 유치, 핀테크 산업 발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이라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사기, 해킹, 자금세탁, 탈세, 시장조작 같은 위험도 커지고 있어 법적 틀을 조속히 완성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2026년 6월 5일, 베트남 국가증권위원회 산하 증권연구·교육센터(SRTC)는 암호화자산 시장관리위원회와 함께 “2026년 신상품과 시장 발전 방향” 회의를 열었다. 이번 회의의 주제는 “암호화자산과 디지털자산 시장의 미래”였다. 이는 베트남이 암호화자산을 단순한 투기성 상품이 아니라 미래 금융시장과 디지털경제의 일부로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개회식에서 베트남 국가증권위원회 부위원장 부이 호앙 하이 (Bùi Hoàng Hải)는 기술과 금융의 강한 결합이 디지털경제의 새로운 금융상품 형성을 촉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암호화자산과 실물자산의 디지털화 흐름이 더 이상 실험적 개념에 머물지 않고, 현대 금융시장의 일부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부이 호앙 하이는 베트남 정부가 암호화자산 시장 시범 운영에 관한 결의안 05/NQ-CP를 발표한 것이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설명했다. 이 결의안은 베트남이 국제 자본을 유치하고,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키우며, 지역 핀테크 지도에서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준다는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그는 혁신적인 시장일수록 관리와 감독, 투자자 보호의 과제가 함께 따라온다고 강조했다. 암호화자산 시장이 지속가능하게 성장하려면 투명하고 안전한 금융 생태계, 효과적인 리스크 관리, 그리고 시장 참여자의 합법적 권리 보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베트남 정부가 암호화자산을 무조건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통제된 시범 운영을 통해 제도권 시장으로 단계적으로 편입하려는 방향을 보여준다.
암호화자산 시장발전위원회 부위원장 또 쩐 호아 (Tô Trần Hòa)는 베트남이 관련 결의안, 법률, 시행 문서를 통해 새로운 분야에 대한 법적 기반을 점진적으로 완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정책 목표가 암호화자산 시장의 초기 법적 토대를 마련하고, 투자자금을 유치하며, 디지털경제 발전을 촉진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국제 기준에 맞춘 자금세탁 방지와 테러자금 조달 방지 요구도 충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쩐 호아에 따르면 베트남의 법적 틀은 암호화자산의 발행, 거래, 관련 서비스 제공 활동을 포괄적으로 관리하는 방향으로 설계되고 있다. 시장 참여 기관은 자본금, 기술 시스템, 인력, 리스크 관리, 정보공시 등에서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는 암호화자산 시장을 허가 없는 자유시장처럼 방치하지 않고, 일정 기준을 갖춘 사업자만 참여하도록 하려는 접근이다.
그는 베트남의 기본 방향을 “통제된 시범 운영”이라고 설명했다. 먼저 제한된 범위에서 시장을 운영하고, 실제 운영 과정에서 정책을 보완하며, 금융시스템 안전성과 투자자 보호를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싱가포르, 홍콩, 일본 등 다른 아시아 금융시장들이 디지털자산을 제도권 안으로 편입할 때 사용한 접근과도 일정 부분 닮아 있다.
이번 회의에서는 암호화자산 시장의 위험도 구체적으로 논의됐다. 베트남 공안부 산하 경제·부패·밀수 범죄수사국(C03)의 레 티 테 호앙 (Lê Thị Thế Hoàng) 중령은 암호화자산 시장 시범 허용이 법적 기반을 만드는 중요한 조치라고 평가하면서도, 이 시장이 사이버범죄와 경제범죄의 새로운 통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C03은 국내외 사례를 바탕으로 암호화자산 관련 대표적인 위반 행위를 네 가지로 정리했다.
첫 번째는 존재하지 않는 암호화자산 투자 프로젝트를 이용한 사기다. 범죄자들은 가짜 프로젝트를 만들고 높은 수익을 약속하며, 다단계 보상 구조를 내세우거나 유명인·가짜 전문가를 동원해 투자자를 유인한다. 충분한 자금을 모은 뒤에는 돈을 가로채거나, 새로운 투자자를 계속 끌어들여 사기 구조를 유지한다.
두 번째는 해킹과 사이버 공격을 통한 암호화자산 탈취다. 범죄자들은 악성코드, 가짜 웹사이트, 피싱 링크, 가짜 이벤트를 이용해 투자자의 전자지갑과 거래계정 정보를 훔친다. 전문가를 사칭하거나 디지털자산 증정 프로그램을 내세워 보안 정보를 입력하게 만드는 방식도 흔하다. 암호화자산은 탈취 후 국경을 넘어 빠르게 이동할 수 있어 추적이 어렵다.
세 번째는 암호화자산을 이용한 자금세탁, 탈세, 기타 범죄다. 암호화자산은 국경을 넘는 거래가 쉽고 익명성이 높은 구조를 가질 수 있어 불법자금의 출처를 숨기는 데 악용될 수 있다. 세금 측면에서도 일부 조직이나 개인이 매출을 신고하지 않거나, 개인 계좌를 통해 돈을 받은 뒤 비용을 허위 처리하는 방식으로 납세 의무를 줄이려 할 수 있다.
네 번째는 암호화자산 관련 인허가, 관리, 감독, 검사, 세무 처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패와 이권 개입이다.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는 사업 허가, 거래소 승인, 감독 권한, 세무 기준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제도 설계 단계에서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시장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
이러한 위험 때문에 C03은 완전하고 투명한 법적 틀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법적 기반은 투자자를 보호하고, 국가의 관리 효율성을 높이며, 시장이 안전하고 지속가능하게 성장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는 것이다. 암호화자산 시장은 기술 혁신의 영역이지만, 동시에 금융시장과 범죄수사, 세무관리, 사이버보안이 만나는 복합 영역이기 때문이다.
베트남 블록체인·디지털자산협회(VBA) 회장 판 득 쭝 (Phan Đức Trung)도 법적 틀 마련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시장이 효과적으로 운영되려면 법률만으로는 부족하며, 사람과 인적자원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암호화자산 시장을 관리하고 운영하려면 금융, 블록체인 기술, 사이버보안, 리스크 관리, 법률, 세무, 국제 규제에 대한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베트남의 암호화자산 시장 시범 운영은 단순히 가상화폐 거래 허용 여부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베트남이 디지털금융, 자본시장, 핀테크, 블록체인 산업을 제도권 안에서 어떻게 키울 것인가를 보여주는 중요한 정책 신호다. 베트남은 젊은 인구, 높은 디지털 사용률, 활발한 핀테크 생태계, 해외송금과 전자상거래 성장이라는 조건을 갖고 있어 디지털자산 시장의 잠재력이 크다.
그러나 잠재력이 크다는 것은 위험도 크다는 뜻이다. 베트남에서는 이미 온라인 투자 사기, 다단계 금융사기, 가짜 코인 프로젝트, 해외 플랫폼을 통한 불법 투자 유인 사례가 계속 문제가 되어왔다. 법적 틀이 불명확하면 투자자는 보호받기 어렵고, 합법 기업도 불확실성 때문에 사업을 확장하기 어렵다. 반대로 명확한 규정이 마련되면 신뢰할 수 있는 사업자와 투자자를 중심으로 건전한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
베트남 정부가 강조하는 방향은 “허용하되 통제한다”는 것이다. 이는 암호화자산을 전면 금지하거나 방치하는 방식이 아니라, 일정한 요건과 감독 체계 아래에서 실험하고, 시장 반응을 보며 점진적으로 제도를 완성하는 접근이다. 이 방식이 성공하려면 사업자 인허가 기준, 투자자 적합성 기준, 자금세탁 방지, 거래 모니터링, 소비자 피해 구제, 세무 처리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
암호화자산 시장은 베트남에 국제 자본 유치 기회를 줄 수 있다. 토큰화된 자산, 디지털 증권, 블록체인 기반 금융서비스, 실물자산의 디지털화는 향후 자본시장과 부동산, 예술품, 인프라 투자, 스타트업 금융에 새로운 모델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기회는 신뢰와 규제가 함께 설계될 때만 현실화된다. 법적 불확실성이 크면 국제 투자자는 들어오지 않고, 투기성 자금과 불법 사업자만 시장을 흔들 수 있다.
결국 베트남의 암호화자산 시장 시범 운영은 디지털경제 시대의 새로운 시험대다. 국제 자본을 끌어들이고 핀테크 혁신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있지만, 사기와 해킹, 자금세탁, 탈세, 감독 부실이라는 위험도 동시에 존재한다. 베트남이 이 시장을 건강하게 키우려면 빠른 제도화뿐 아니라, 전문 인력 양성, 기술감독 시스템, 투자자 교육, 강력한 법 집행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베트남 암호화자산 거래소 시범사업 본격화…예비심사 5개 기업 통과, 2개 기업 탈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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